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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두오모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에서 남녀 주인공은 미래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나는 블루편을 읽고 소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나머지 편을 다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피렌체란 어떤 곳이며 그곳의 두오모는 어떤 의미를 가지길래 소설 속의 가장 중요한 장소로 매번 등장하는 지는 항상 궁금했다. 피렌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막막함과 마주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나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또한 아무도 없었다. 많은 버스, 기차,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녔지만 내겐 모두 낯설 뿐이었다. 한국도 항상 이들로 바빠보이는 것은 같지만 그것들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고 늘 지나치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외로웠다. 외로워지려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내가 굶고 있어도 밥먹으라고 말 건네는 사람 하나 이들 중 없다는 사실에 정말 외로움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았다. 피렌체에 도착한 첫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떠돌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날은 어둑해져 있었으며 그 막막함에 어디를 신나게 구경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와 함께였다. 물론 그들 중 분명 나처럼 홀로 돌아다니는 이도 있었을테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늘 누군가와 함께하던 인생인데 홀로 떨구어져 있는 그 순간이 과연 내가 꿈꾸던 자유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했다. 두오모에 도착한 것은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되는 계단을 보고 이것을 만들어야 했던 사람들의 운명을 나도 같이 한탄하면서 사람들을 따라 걸어올라갔다. 나는 아직도 그 지루한 계단이 끝나고 두오모에서 피렌체의 풍경을 내려다보던 그 때의 아찔함을 잊을 수 없다. 컴컴한 계단의 끝에는 드디어 한 줄기 빛이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은 바로 나의 위에, 그리고 지상에선 너무도 거대해 보였던 그 건물이 저만치 아래에 있었다.
Aug 1, 2014 12: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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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두오모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에서 남녀 주인공은 미래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나는 블루편을 읽고 소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나머지 편을 다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대체 피렌체란 어떤 곳이며 그곳의 두오모는 어떤 의미를 가지길래 소설 속의 가장 중요한 장소로 매번 등장하는 지가 항상 궁금했다. 피렌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막막하였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나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많은 버스, 기차,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녔지만 내겐 모두 낯설 뿐이었다. 한국도 항상 이들로 바빠보이는 것은 같지만 그것들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고 늘 지나치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외로웠다. 외로워지려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내가 굶고 있어도 밥먹으라고 말 건네는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정말 외로웠다. 피렌체에 도착한 첫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떠돌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날은 어둑해져 있었으며 , 막막함에 어디를 신나게 구경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와 함께였다. 물론 그들 중 분명 나처럼 홀로 돌아다니는 이도 있었을테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늘 누군가와 함께하던 인생인데 홀로 떨구어져 있는 그 순간이 과연 내가 꿈꾸던 자유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했다.

두오모에 도착한 것은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되는 계단을 보고 이것을 만들어야 했던 사람들의 운명을 나도 같이 한탄하면서 사람들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지루한 계단이 끝나고 두오모에서 피렌체의 풍경을 내려다보던 그 때의 아찔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컴컴한 계단의 끝에는 한 줄기 빛이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은 바로 나의 위에 있었고, 그리고 지상에선 너무도 거대해 보였던 그 건물이 저만치 아래에 있었다.

August 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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