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에 있었던 내게, 바나나 우유는 병원 밖으로 외출하는 것만큼 항상 꿈꾸던 것이었다. 엄마는 내가 병원에서 먹는 밥에 질려 숟가락으로 국이 미지근해질만큼 휘젓고 있을 때마다 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사주었(셨)다. 병원 밥은 맛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나는 항상 언제 다음 번에 엄마가 바나나 우유를 사줄 지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가 가끔 돈을 주면 바로 달려가서 바나나 우유를 사먹었다.
난 왜 그렇게 바나나 우유를 좋아했을까? 바나나 우유말고 다른 우유도 많았는데 왜 유난히 바나나 우유만 찾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흰 우유말고 처음 먹어본 다른 맛 우유가 바나나 우유였는데, 그 첫 느낌에 완전히 매혹당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바나나 우유가 처음이었기에 그 충격이 오래갔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렵고, 처음이 가장 좋으며, 처음이 가장 설레는 법이니까.
어릴 때 경험하는 처음이라는 것은(여기가 조금 어색한데...흠..'어릴 때 처음 경험하는 것들은' 은어때요?) 바나나 우유같은 것에 불과했지만 갈수록 처음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는 냉정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당연해졌고, 그런 상태에서 어떤 처음을 만나게 되면 당황하기 일쑤였고 뭔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고' 로 접속사로 너무 이어지는데 문장을 2개로 나누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원래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인 그런 세상에 살아보았음에도, 그 때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고 지금은 내 자체가 당연히 존재하는 안방의 붙박이장과 같이 느껴진다.
예전엔 엄마가 내게 주었던 바나나 우유를 이젠 내가 직접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두렵지만, 가야한다.
와.................글도 멋지도 한국어도 멋지도 감동입니다. 한국인아니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