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의 시(1)
안녕하세요, 아까 추우(?)의 얘기처럼, 김시습은 우수한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그의 문학세계를 알게 해 주는 현존 자료로는 시문집 『매월당집』과 전기집(傳奇集) 『금오신화』가 있습니다. 제가 김시습의 시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김시습의 시는 전하는 것만 하더라도 2,200여수나 되지만 실제로 그가 지은 시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진짜 부지런한 시인입니다.
우선 시를 통해 그분 시의 풍격을 알아봅시다.
曉意(효의 새벽의 정취)―金時習(김시습)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어제 밤 산중에 비 오더니,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이제 돌 위의 샘물 소리 들리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窓 밝으매 하늘은 맑으려 하고,
鳥刮客猶眠(조괄객유면) 새 소리 요란해도 손은 아직 잠자고 있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방은 작아도 훤하게 밝아 오고,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구름 걷히자 달은 하늘에 떠 있네.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부엌의 사람은 기장밥 지어 놓고
報我嬾茶煎(보아난차전) 나더라 차다림 늦다고 하네
여러분 이 시를 읽을 때 어떤 느낌이 있습니까? 이 시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를 읽은 후에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외우는 맹호연의 시 『春晓(춘효)』가 생각이 났습니다
春晓—孟浩然
春眠不觉晓,处处闻啼鸟。
夜来风雨声,花落知多少?
시인 맹호연이 푹 자고 저절로 일어났습니다. 깨어보니 여기저기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밤새 비바람 소리가 들렸는데, 꽃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시인은 아마 아직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시인이 듣기, 회상, 상상 등 시각외의 느낌으로 구성한 봄 아침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어요. 이것이 바로 이 시의 제일 빛나는 점입니다. 그럼 다시 김시습의 효의를 보면 느낌이 달라졌습니까?
회상하는 어제 밤의 산속에 비, 지금 듣고 있는 바위샘 물소리와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밝은 창 그리고 창 밖에 구름이 걷힌 후 나타나는 달 등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작은 방에서 한적한 아침을 묘사했습니다. 두 시를 같이 보면 『춘효』의 구상이 더 절묘하지만 효의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내용중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은 전고를 인용했습니다. 출처는 장자 《庄子·人间世》: “瞻彼阕者,虚室生白,吉祥止止。”입니다. 허실생백은 방을 비우면 빛이 그 틈에서 들어와 환하다는 뜻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입니다.
室小虛生白,雲收月在天
여기서 실은 방의 뜻만 아니고, 시인의 마음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습니다. 잡념을 다 버리고, 진리, 지혜를 깨닫게 되자 마음 뿐만 아니라 하늘에 걸려 있는 달도 밝아졌습니다. 마지막 구절의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報我懶茶煎(보아난다전)에서 시인은 자기와 수다를 떠는( 调侃)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시사에서는 정취(중국어로 象外之意 또는韵味)를 중시합니다.
이 시는 읽을 때 일상대화처럼 쉽게 묘사하고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자세히 읽으면 평범한 문구 중에 어떤 정취가 풍부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김시습의 『曉意』를 보면 좋은 시입니다.